20일에 맨 오브 스틸을 봤다.
평가가 그다지 좋지 않아서 기대를 많이 하지 않은 탓인지 생각보다 재밌게 보고 올 수 있었다.
적어도 나한테는 '재미'에 있어서 부족한 영화는 아니었던거 같다.
2시간 30여분 동안 딱히 지루함을 느끼지는 못했다.
그러나 부실한 점 또한 많은 영화다.
주인공 클락은 자신의 존재가치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민한다.
지구인들과 분명히 다른 나는 왜 지구에 오게 된 것일까.
사람들은 왜 나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일까.
세상은 아직 너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 그러니 지금은 조용히 근신하며 살라는 양아버지의 말을 따르려 하지만 자신이 존재하는 이유에 대한 고민은 끊임없이 할 수밖에 없다.
클락의 존재에 대한 고민은 분명히 매력적인 소재였다.
그러나 실제로 와닿지는 않았다.
그가 겪는 고민을 설명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지만 상황 납득에 대한 이해에 그칠 뿐 공감에 이르지는 못했다.
게다가 결국 클락이 자신의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이 너무 갑작스럽게 이루어져서 앞에서 했던 고민들이 별거 아닌것 처럼 되어버리기까지 했다.
최소한 클락이 조드와 맞서 자기 행성을 버리고 지구를 지키는걸 선택할 때 내적갈등을 보여주길 바랐는데 그런건 없고 무작정 조드 일당 퇴출 모드에 돌입해버려서 좀 갑작스럽게 느껴졌다.
조드 대신 자신을 경계해왔던 지구를 선택하다는 것은 슈퍼맨 시리즈의 리부트를 알리는 이 영화에서 상당한 의미를 가질텐데 아무런 고민 없이 이루어져서 시작에 힘이 빠져버렸다.
덩달아 클락의 아버지 조엘이 끊임없이 얘기했던, 아들이 클립톤의 미래이자 지구를 수호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힘을 잃어버린것 같다.
(게다가 초반부에 클립톤의 상황을 보여주면서 조엘과 조드의 대립을 보여주는데 조엘의 행동에 대한 당위성이 사실 없어보여서.... 더욱 설득력이 없었던 듯 하다)
슈퍼맨을 점차 받아들이는 지구인들의 모습도 보여지지 않고...
슈퍼맨이 탄생하기까지 겪었던 내적 갈등을 통해 슈퍼맨의 존재 이유에 대한 당위성을 만들어주고 싶었던 것 같은데 확실히 역부족이었다.
그리고 이 영화의 강점이 액션이라고 했는데 액션이 많이 나오긴 한다.
그런데 너무 남발하니까 오히려 감흥이 없어졌다.
영화가 막바지에 다다르면서 드는 생각은 저 파괴된 수많은 건물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생각 뿐이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맨 오브 스틸의 액션이 신선한지도 모르겠고 그저 양으로 승부한다는 생각만 들었다.
클락과 로이스 레인의 러브스토리도 황당하기 이를데 없었다.
둘이 언제부터 감정을 교류하던 사이였는지, 한편이 된건지 이해도 안갈 뿐더러 애초에 레인이 왜 조드의 비행선에 탑승하게 됐는지도 모르겠고 클락과 레인의 키스는 실소를 자아내기까지 했다.
가장 마음에 든 캐릭터는 슈퍼맨도, 레인도, 조드도 아닌 클락의 양부모님이었는데 클락을 진심으로 생각하며 지지해주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이렇게 마음에 안드는 점만 잔뜩 나열했지만 맨 처음에 말했던 것처럼 재미는 확실히 있었고, 또 마지막 장면이 나름대로 마음에 들어서 후속편이 기대가 된다.
그리고 원래 설정대로라면 살인을 안저지르는 슈퍼맨이 조드를 직접 자신의 손으로 죽이는데 이 설정은 마음에 들었다.
후속편을 봐야 알겠지만 앞으로 슈퍼맨에게 씻을 수 없는 족쇄가 될 것 같아서 후속편을 지켜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채 '원죄' 같은 설정을 좋아하는지라..)
그런 의미에서 아쉽지만 다음 편이 기다려지는 맨 오브 스틸이었다.
ps. 슈퍼맨 역의 헨리 카벨은 잘생겼다. 그런데 좀 투박한 느낌? 몸도 좋긴 한데 투박한 느낌이었다. 그래도 잘생겼으니 괜찮아. 존재감은 좀 부족해보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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